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역사책 읽는 집

제10회 왕징웨이 연구, 일조각 본문

못다한 이야기

제10회 왕징웨이 연구, 일조각

알 수 없는 사용자 2013. 9. 8. 22:12



♪ 역사책 읽는 집 듣기 : 팟빵 ♪


1. 역사라는 것도 사실 알고보면 별 것 없습니다. 역사에 이름 남겼다고 뭐 대단한 사람들인가 싶지만 거기에도 우리 사는 것처럼 적당히 똑똑한 놈, 적당히 찌질한 놈, 적당히 개새끼인 놈, 적당히 멍청한 놈들의 대향연이 펼쳐집니다. 이런 저런 놈들이 많이 있습니다만은, 역사책 읽는 집 10회에서는 자타가 공인하는 '개새끼'를 한 번 읽어봤습니다. 한 때는 쑨원의 후계자로까지 불렸고 중국 청년들의 우상과도 같은 존재였지만 막판에는 친일정권의 수괴가 된 사람이니 매국노도 뭐 이런 사람이 없습니다. 그냥 나쁜 놈이면 그러려니 하겠는데, 이건 뭐 기대감 만빵으로 주다가 180도 배신을 때린 케이스니까요.


난 널 믿었는데...


2-1. 예전에 '기시 노부스케와 박정희' 때도 그랬지만 역사책 읽는 집에서 가장 피하고 싶은 것은 '◦◦◦개새끼론'이라고 하겠습니다. 좀 풀어말하자면, '이게 다 ◦◦◦ 때문이다' 식의 명제라고 말할 수 있겠죠. 이렇게 써놓으니 촌스러워 보이는 명제처럼 보이지만, 사실 이런 식의 역사인식은 가장 대중적인 인식이기도 합니다. 예컨대, 박정희 정권의 특성을 이야기하면서 박정희 개인의 권력욕이나 도덕성에서 그 원인을 찾는 경우를 우리는 심심찮게 봅니다. 박정희 정권이 암울한 것은 박정희가 나쁜 놈이라서 그런 것이고, 박정희 정권이 아름다운 것 역시 박정희가 그만큼 공평무사한 분이라서 그렇다는 것이죠. 박정희를 까는 쪽이건 쪽쪽 빠는 쪽이건, 서로 반대쪽에 선 것처럼 보이지만 논리회로 자체는 동일한 셈입니다. 물론 역사를 이야기하면서 (중요한 위치에 있었던) 개개인의 역할을 축소평가해서는 안 되겠지만 그렇다고 해서 그것이 모든 사안을 결정지었다는 식으로 이해하는 것도 결코 바람직하지는 않습니다.


2-2. 어떤 역사적 사건의 원인을 특정한 사람 1인에게서 찾는 것부터가 솔까말 논리적으로 어불성설 아니겠습니까.


2-3. 설사 그게 논리적으로 말이 된다손 치더라도 여전히 문제는 남습니다. 그것을 통해 우리가 얻을 수 있는 역사적 성찰의 '꺼리'가 없기 때문입니다. 어떤 역사적 사건이 특정한 인물의 개성에 의해서만 일어난 것이라면 우리가 얻을 수 있는 교훈은 아마도 없을 것입니다. 그리고 다음에 그런 일이 반복되지 않기 위해서 우리가 해야 할 일은 그저 그런 '개새끼'가 또 안 나오도록 두 손 꼭잡고 기도하는 것 말고는 없겠죠.


3. 왕징웨이를 대하는 저자의 태도도 이런 맥락에서 이해할 수 있을 것 같습니다. 왕징웨이의 행적을 통해 그가 기반하고 있었던 중국 민족주의의 한계와 좌절을 살펴볼 수 있을 것이고, 더 나아가 이는 아마도 한국의 민족주의 연구에도 일정한 시사점을 줄 수 있을 것입니다. 더 나아가 한국의 '친일' 혹은 '부역'의 문제에 대한 성찰에도 도움을 얻을 수 있겠죠. 그가 보였던 행적들의 개연성을 파악할 수 있다면 향후에 그런 '개새끼'가 다시 탄생하는 비극을 막을 수도 있겠죠. 그간 평면적인 분석에 멈춰 있었던 왕징웨이에 대해 좀 더 엄정한 비판의 칼날을 댈 수 있는 여지를 열었다는 점에서 점에서 이 책이 가진 미덕은 충분합니다. 


4-1. 저희가 방송에서 아쉬운 점으로 이야기했던 점도 따지고보면 이에 대한 아쉬운 점입니다. 왕징웨이로 대표되는 '민족주의의 굴절'을 다시 반복하지 않기 위해서 우리는, 왕징웨이가 자신의 친일을 논리적으로 정당화하는 과정, 그리고 그 논리적 연결고리들을 정확히 파악해야 합니다. 그래야만 그에 대한 대응책도 정확히 나올 수 있으니까요.


4-2. '책에서 느낀 아쉬운 점'이란 '저자의 다음 저작에서 우리가 기대해야 할 것'이기도 하고, 동시에 '앞으로 우리가 해야 할 일'의 다른 이름이기도 합니다. 역사책 읽는 집이 눈여겨 보아야 할 또다른 지점이 바로 여기에 있는 것 같습니다.


저희도 언젠가는 해내겠지요.


- 탕수육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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