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역사책 읽는 집

제5회 북조선, 돌베개 본문

못다한 이야기

제5회 북조선, 돌베개

알 수 없는 사용자 2013. 7. 9. 13:43

♪ 역사책 읽는 집 듣기 : 팟빵 ♪

1.
2013 2 중순, 북한이 3 핵실험을 했습니다. '익숙한 새소식' - 핵실험 뉴스를 보고 받은 느낌입니다. 시큰둥 했던 같습니다. 이게 저만의 생각은 아니었던 모양으로, 이날 북핵 실험으로 인한 혼란은 없었습니다. 주가도 별반 변동이 없었고, 포털 사이트 검색 순위를 봐도 북한이나 북핵이 사람들의 관심을 집중적으로 받는 같지는 않았습니다. (이날 O 검색 순위 1위는 북핵이 아니라 박보영 심경 고백(!) 이었던 같습니다..) 1 북핵위기가 벌어진 1990년대 초반인데, 라면사재기하고 호들갑을 떨었던 것을 생각하면 격세지감이지요.


서울은 여기서 멀디 않아요...


그런데 문득, 이게 생각보다 심각한 문제이고 우리가 거기에 대해서 별로 아는 없다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신문기사를 뒤져봐도 북한이 어떤 나라인지, 벌어먹고 살기도 힘든 형편이라면서 자꾸 핵실험을 하고 난리인지 전체적인 그림을 그리기는 쉽지가 않았습니다. 북한과 북핵, 모르면서 그저 신문과 뉴스에서 자주 봤다는 이유만으로 아니라고 편의상 생각하고 있는 것은 아니었을까. 역사책 읽는 집에서 <북조선> <북핵퍼즐> 편을 붙여 다룬 것은 이런 찝찝함 때문이었습니다. 권으로 그리 많은 알게 되겠나 싶기도 하지만, 어쨌든 좋은 출발이 수는 있지 않겠습니까.


갈길이 좀 멀긴 해도... 시작이 반.


권의 중에 <북조선 : 유격대국가에서 정규군국가로> 얘기를 먼저 해볼까 합니다. 일본의 저명한 역사학자 와다 하루끼 교수가 책이고요, 그의 제자인 서동만 교수, 남기정 교수가 번역을 맡았습니다. 널리 인정받는 학자들의 합작품이니 일단 믿음이 갑니다. 게다가 의외로 책이 술술 읽힙니다. 서장 격인 1 "북조선을 어떻게 해독할 것인가" 무슨 수필 같습니다. 구소련을 연구하던 저자가 북한 문제에 관심을 갖게 계기나 도쿄대에서 북조선 세미나를 열었지만 참여한 학생이 한명밖에 없었다는 에피소드, 북한에 대해서 연구하기 시작하면서 미국과 한국, 북한의 학자들과 소통하게 경위 따위를 담담하게 풀어놓았습니다. "문제의 제기" 두둥 하면서 도무지 페이지 넘기기가 어려운 학술서들과는 느낌이 다릅니다. 북한 사회의 기원과 정체에 관한 친절한 교양서로서의 역할을 충실히 내는 책입니다.


두둥. 와다 하루키 교수 ⓒ프레시안(최형락)


2.
책의 목적은 북한 체제를 이해하는 '' 제시하는 것입니다. 나라를 어떻게 이해할 것인가? 질문이 책을 이끌어가는 원동력입니다. 그리고 물음에 대답하기 위해서 분석되는 것은 기본적으로 북한 건국의 아버지, 김일성을 위시한 핵심 권력집단입니다. 이들의 기원과 변천 과정을 추적하여 규정한 그것을 국가의 정체성으로 확장하는 - 이게 와다 교수의 작업입니다. 책의 상당부분이 권력 상층부에서 벌어진 쟁투의 양상과 결과 - 김일성이 어떻게 북한의 일인자 자리에 오르게 되었는지, 자리를 유지하기 위해서 무얼 했는지 설명하는데 할애되어 있습니다.

우리는 해방직후 등장한 김일성이 단숨에 북한을 장악했다고 생각하는 경향이 있지만, 실제 그렇지는 않았습니다. 와다에 따르면 1967년이 되어서야 비로소 우리에게 익숙한 김일성 유일체제라는 성립이 됩니다. 사이에 북한정부수립(48)-한국전쟁(53)-박헌영 숙청(55)-종파사건(56)-김일성 개인숭배 시작(67) 굵직굵직한 정치적 사건들이 있었고, 김일성은 권력투쟁의 모든 과정에서 승리하기 위해 어지간히 똥줄을 태웠습니다.   

김일성을 가장 코너로 몰아세웠던 것은 (한국전쟁을 제외하면) 아마도 1956 8월의 종파사건이었을 겁니다. 전쟁이 끝나고 박헌영을 필두로 하는 남로당을 숙청한 , 김일성은 재건에 필요한 원조를 구하기 위해 평양을 떠납니다. 사이에 주로 중국 공산당과 긴밀한 관계를 유지하던 '연안계' 사람들이 '소련계' 힘을 합쳐 김일성 축출을 목적으로 음모를 꾸미고요. 그런데, 사극에서 흔히 보듯이 음모는 평양에 남아있던 김일성파 인사들에 의해 발각이 되고 맙니다. 중앙위원회 결의를 통해 김일성을 끌어내리려고 했던 계획은 수포로 돌아가고, 관련자들은 중국으로 피신을 합니다.

여기서 끝났으면 그냥 별일 아니었을지도 모르는데, 중국과 소련이 개입을 합니다. 중국에선 국방부장 펑더화이가, 소련에선 부수상 미코얀이 북한에 급파가 되죠. 반김일성파가 연안계과 소련계였으니 이유는 대강 짐작이 되고요. 김일성은 부아가 치밀었겠지만 큰형이랑 둘째형이 와서 윽박지르는데 뾰족한 수가 있었겠습니까. 출당조치, 당적취소 반김일성파에게 내려졌던 중징계들은 모두 취소됐고, 김일성의 권위는 심각하게 훼손당했습니다.


팽덕회..


중국과 소련은 정도에서 만족을 했던 같습니다. 김일성을 다른 지도자로 교체하거나 하지는 않았습니다. 이게 김일성의 번째 운이었고, 1957년부터 중소갈등이 본격화되었던 것이 그의 번째 운이었습니다. 중국과 소련은 서로 치고받고 싸우느라 북한에 간섭할 여유를 잃었습니다. 외려 북한의 지지가 아쉬워졌죠. 형님 나라는 북한에 내정간섭했던 것을 번이나 사과했고, 김일성은 1957년부터 종파사건의 주인공들을 아주 그냥 처절하게 숙청하기 시작합니다.


3.
김일성이 북한을 장악하고 운영해가는 과정을 관찰한 와다 교수가 내리고 있는 결론은, 그러니까 북한 체제를 이해하기 위한 '' 저자가 제시하는 것은 바로 '유격대국가'라는 개념입니다. '유격대국가' 말로 책이 내걸고 있는 브랜드이고, 저자의 오랜 북한연구가 맺은 중요한 결실 하나입니다. '유격대국가론' 북한 공식 문헌에 등장한 "항일 유격대처럼" 운운하는 지침을 인용한 것입니다. 일제시대 김일성이 이끌었던 항일유격대의 정당성이 북한을 떠받치고 있고, 북한정권은 유격대의 생존방식으로 국가를 운영하고자 한다는 되겠습니다.

'유격대국가론' 가장 흥미로운 점은 북한 정치체제의 기원을 20세기 전반부의 만주라는 시공간에 두고 있다는 것입니다. 만주는 뭐하는 곳이었나요? 독립운동의 공간이었죠. 김일성은 만주에서  항일무장조직을 이끌던 젊은 리더였습니다. 만주에서 태어났고 만주에서 자라서 만주에서 정치적 활동을 시작한 것이죠. 시기 김일성의 경험은 20세기 후반부 한반도 북녘에 사는 사람들에게 지대한 영향을 미치게 됩니다. 북한을 '유격대국가화'함으로써 김일성은 정권유지의 근간을 마련합니다. 독립운동영웅 - 김일성에게 이것만큼 중요한 정당성은 없었습니다. 게다가 만주에서 동고동락했던 '만주파' 권력투쟁 든든한 지원세력이 되어 주었고요. '만주의 기억' 북한 정권 유지를 위해 끊임없이 재생산되고 변주됩니다. 김정일로 권력이 이양되었을 때도 마찬가지였고 김정은이 집권하게 지금도 그렇겠지요.  

우리는 3 <기시노부스케와 박정희> 통해서 '만주' 해방이후 한국과 전후 일본에 남긴 유산을 살펴보았습니다. 그런데 <북조선> 읽고나면 한국과 일본 아니라 북한도 만주의 아들이라는 생각이 듭니다. <남과 북은 만든 라이벌>에서 저자인 박명림 교수는 만주를 두고 "남과 공동의 자양"이라는 별칭을 붙였습니다. 1930년대의 만주가 없었다면 우리가 알고 있는 한국의 역사는 영판 달라졌을지도 모르겠습니다.


4.
<북조선> 녹음을 하기 열흘 정도 전에, 창비에서 <극장국가 북한>이라는 책이 출간됐습니다. 명의 인류학자가 북한 체제가 어떻게 유지되고 있는지 분석한 연구서입니다. 방송에서는 미처 다루지 못했지만, 책은 <북조선> 논지를 이해하는데 도움이 됩니다. 저자들이 북한을 '극장국가' 규정하는 이론적 시발점에 와다의 '유격대국가론' 있기 때문입니다. <극장국가 북한> 전반부는 마치 <북조선> 해설판 또는 확장판처럼 쓰여졌습니다. 책을 이어 읽는 재미가 쏠쏠했습니다.



<극장국가 북한>에서 묻고 있는 것은 간단합니다. 북한이 어떻게 (몰락하지 않고) 지속되고 있는가? 이것의 대답으로 권헌익, 정병호 저자는 북한 정권의 문화 정책에 주목합니다. 연극이나 축제 따위의 문화적 요소를 적극적으로 활용해서 정권의 정당성을 매우 효과적으로 홍보하고 있다는 것이지요. 북한을 '극장국가' 부르고 있는지 대강 감이 오죠?

'극장국가' 저자들이 만든 말이 아닙니다. 기어츠라는 유명한 인류학자가 처음 사용한 단어라고요. <극장국가 북한> 기어츠의 이론을 다음과 같이, 간단하게 소개하고 있습니다.

 "1979 발간한 저서 <네가라 : 19세기 발리의 극장국가> 에서 기호학적 문화이론과 수사학에 기반을 권력이론을 전개했다. 기어츠는 책에서, 국가권력은 강제적인 (관료, 군대, 경철) 독점이라고 정의한 베버의 고전적 논지에 의문을 제기하고, 정치권력에 대한 개념을 다원화 하고자 했다. 19세기 발리에서 왕의 정치적 권위는, 강제적 수단에 의한 통제보다는 왕이 사회와 우주의 중심임을 주기적인 의식을 통해 과시하는 것에 기반을 두었다고 주장했다." (65)

그렇다면 극장국가와 유격대국가는 어떻게 연결되는 것일까요? 단순하게 말한다면, 북한이 극장국가의 지배방식을 택하고 있는 것은 유격대국가로서의 면모를 (김일성 사후에도) 유지해나가기 위해서입니다. 위에서 말씀드렸듯이, 김일성이 수행한 만주에서의 항일 빨치산 활동, 유격대활동은 북한 정치의 가장 중요한 정당성을 구성하는 근간입니다. 그런데 김일성이 1994년에 죽었죠. 아들은 만주에서 태어나기는 했어도, 항일운동을 적은 없습니다. 애매한 상황에서 '그래도 우리가 말이야...' 하면서 어깨에 힘을 주기 위해서는 다양한 조치가 필요했습니다. 그런 필요가 북한을 점점 선명한 극장국가로 나아가도록 했다는 것이고요. 저자들의 설명을 들어볼까요?

"유격대국가의 구조 안에서 만주시대의 역사와 신화는 과거의 것으로 치부될 없고, 현재의 살아있는 역사로 몇번이고 되풀이해서 실제 현실 속으로 자꾸만 불러들여와야만 한다. 1930년대 김일성의 영웅적 행위는 과거의 유산이 아니라 재현되고 재경험되는 살아있는 전통이 되어야 하는 것이다. (...) 유격대 국가와 극장국가체제는 서로를 구성한다. 유격대국가는 극장국가의 예술정치에 내용을 제공하고, 극장국가는 유격대국가의 전설과 통치권 패러다임에 형태를 제공하는 것이다." (86)



5.
와다 하루끼의 <북조선> '유격대국가'라는 개념을 앞세워 우리를 북한 체제와 사회에 대한 보다 나은 이해의 길로 안내합니다. 책이 출간된지 되다보니 김정은 시대까지 커버하지는 못하고, 이미 지나버린 김정일 시대도 마지막에 살짝 건드리는 정도이지만, 앞서 말씀드렸던 대로 좋은 출발이 있다는 점은 분명해 보입니다.

마지막으로 북한 정치에 대한 저자의 '전망' 짚고 글을 마치고자 합니다. 와다 교수는 최근 인터뷰에서 북한이 유격대국가(김일성 시대) 정규군국가(김정일 시대) 넘어서 정규국가(김정은 시대) 나아가고 있다고 언급한 있습니다. 유격대국가 시절의 정당성이 희석되고 '고난의 행군'이라고 불렸던 탈냉전과 대기근의 1990년대를 군대를 강조하는 선군정치로 버텼던 북한이, 이제 군대보다 당이 우선되는 집단지도체제의 정상적인 사회주의 국가로 변하고 있다는 것이 그의 진단입니다. 김정은 집권 초기에 우리를 놀라게 했던 리영호 군부실세의 숙청은 군대의 힘을 줄이고 체제를 안정화시키려는 시도라는 것입니다. 최근 북한은 군사적 도발의 수위를 한층 높이고 있습니다. 북한이 점차 대화할만한 상대가 되어갈 거라는 와다 교수의 지적이 적확한 것이었으면 하는 바람을 한층 품게 됩니다.


- 라조기 (2013. 4. 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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