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역사책 읽는 집

제15회 미국 패권의 역사, 서해문집 본문

못다한 이야기

제15회 미국 패권의 역사, 서해문집

알 수 없는 사용자 2013. 12. 29. 23:48

 

 

♪ 역사책 읽는 집 듣기 : 팟빵 ♪

 

0. 선입견이라는 거, 참 무섭습니다. 선입견이 무서운 것은, 그것이 단지 하나의 지식 조각에 머무르는 것이 아니라 머리 속에 한 번 똬리를 틀어버린 후부터는 정보들을 습득하는 통로까지 왜곡시키는 경우가 간혹 있기 때문입니다. 선입견은 사람과 사람 사이의 관계에서도 문제가 될 뿐 아니라, 세상을 바라보는 우리의 시각에도 그닥 안 좋은 영향을 끼치기 마련입니다. 역사에서도 마찬가지입니다. 역사란 본디 객관적이어야 함에도 (물론 여기서 '객관'이란 대다수의 사람에게 설득력을 가진다는 뜻에 가깝습니다.) 선입견이나 고정관념 때문에 많은 사실들을 놓치고 그냥 흘려버리는 경우가 가끔 있습니다.

 

1-1. 흔히 서구를 지칭할 때 ‘구미’라는 표현을 쓰는데, (다들 잘 아시다시피) 이는 '구라파'와 '미국'의 앞글자만 딴 것입니다. '구미'라는 말에는 유럽과 미국을 하나의 문명권으로 보는 시각이 투영되어 있습니다.

 

아니, 여기 말고...

 

아니아니, 이것도 말고.

 

1-2. 물론 이게 우리만의 견해는 아닙니다. 미국이란 본디 유럽에서 건너온 이민자들이 세운 국가인데다가 사상적 전통 역시 유럽의 그것에서 기인했죠. 하지만 미국의 대표적인 한국학자인 브루스 커밍스는 이러한 통설적 관점에 의문을 제기합니다. 이 무슨 뚱딴지 같은 소리인가 싶으시겠지만 브루스 커밍스 쯤 되는 학자가 아무 근거도 없이 이런 얘기를 하는 것은 아닙니다.

 

2. 잘 따져보면 미국이 스스로의 전통을 세워가는 방식은 끊임없이 유럽과의 구분점을 만들어가는 과정이기도 했습니다. 미국은 언제나 유럽의 전통 위에 서 있되 유럽과는 구분되는 새로운 정체성을 세우기 위해 분투했습니다. 당연하게도, 그렇지 않았다면 미국은 언제나 유럽의 아류(혹은 식민지?)로만 남았겠죠. 미국 하면 우리가 으레 떠올리곤 하는 카우보이 이미지 같은 거… 유럽에는 먹고 죽어도 없는 거잖아요?

 

3-1. 사실 역사책 읽는 집에서 미국의 역사를 다룬 '미국 패권의 역사'를 읽는 것은 좀 이상해 보입니다. (기억하실지 모르겠지만) 역사책 읽는 집은 동아시아 근현대사를 주로 다루기로 했으니까요. 그럼에도 불구하고 역사책 읽는 집의 독서 리스트 속에서 이 책이 그닥 튀어보이지 않는다면, 그만큼 미국이라는 국가가 동아시아에 끼치는 영향이 크기 때문이겠죠. (지구상 어느 동네에서 안 그렇겠습니까만은) 2차 대전 이후의 동아시아를 이야기할 때면 언제나 저기 멀리 어딘가에 흐릿하게 미국의 그림자가 어른어른합니다.

 

3-2. 그렇습니다. 지금의 동아시아를 이해하기 위해서는 미국을 알아야 하고, 지금의 미국을 이해하기 위해서는 미국이 동아시아에 도착하기까지의 이야기를 알아야만 합니다. 그런 점에서, 이 책의 제목에 있는 '패권'이란 말은 '동아시아 패권'을 의미하는 것이 분명합니다.

 

뭐 꼭 그렇게 말을 해줘야 아나요.

 

4. 본래대로라면 책의 내용에 관해서도 이런저런 이야기들을 많이 해야겠지만, 라조기나 저나 미국사에 대해서는 문외한인지라 뭐라뭐라 이야기할 거리가 많지 않습니다. ^^ 그러니까 내용 부분은 일단 좀 넘어가기로 하고…

 

5. 저자인 브루스 커밍스는 대외팽창주의적인 미국의 국제정책에 대해 매우 비판적인 학자로 우리에게 널리 알려져 있습니다. 그런 브루스 커밍스가 미국의 통사를 썼다고 하니 얼마나 센 내용이 들어있을지 살짝 궁금해지기도 하지만, 사실 이 책의 내용은 비교적 덤덤합니다. 언론 인터뷰 등에서 그가 보여주는 격정적인 어투는 거의 느껴지지 않으며, 어떨 때는 칼날이 꽤 무뎌진 것이 아닌가 싶을 정도거든요. 저자 역시 그런 점을 스스로 알고 있는지 서문에서 약간의 변명(?)을 써두기도 했죠. ("한국과 미국의 일부 권력자가 나를 반미, 반한 인사(물론 그럼으로써 당연히 친북 인사)로 몰아세우는 것에 비춰보면, 내가 이 책에서 지난 150년 동안 일어난 미국의 경험을 긍정적으로 평가하는 것에 대해 일부 한국 독자들은 놀랄지도 모르겠다." p. 21.)


6. 하지만 어떤 책이건 저자의 관점이란 소재 선택에서부터 드러나는 법입니다. 미국의 역사를, 대서양을 사이에 둔 구미와의 화합의 역사가 아니라, 태평양을 중심에 둔 팽창의 역사로 설명하겠다는 목표를 설정한 순간, 저자의 문제의식은 확연히 드러납니다. 미국의 팽창이란 결국 인디언들의 터전을 강탈하고 태평양 각지에 군사기지를 세우는 것에 다름 아니라는 점을 선언하는 셈이니까요.

 

7. 이제 우리에게 남은 관전포인트는, 미국 패권의 미래입니다. 서부를 지나 태평양까지 건너서 미국이 마주친 것은 중국이라는 거대한 존재입니다. 마음에 들건 들지 않건, 혹은 그 방식이 타당한 것이건 아니건 간에, 중국은 미국과는 다른 새로운 방식으로 자신들의 힘을 키워가고 있기에 미국과 중국의 조우는 정말 흥미롭습니다. 물론 저자도 지적하고 있는 것처럼 지금 당장 미국의 패권이 흔들릴 가능성은 매우 낮지만, 그럼에도 불구하고 지금 우리가 목도하고 있는 것이 어떤 거대한 전환인 것만은 확실합니다. 이대로라면 아마도 수십년 이내에 '미국식 패권'과 '중국식 패권'이 충돌하게 될런지도 모릅니다. (아니 뭐 그렇다고 새로운 냉전이 일어날 거다… 뭐 이런 얘기는 당연히 아닙니다. '충돌'은 '경쟁'이 아니라 '변환'의 형태로 일어날 수도 있으니까요.)

 

 

2년만 있으면 이런 것도 생길텐데요 뭘.


8. 이 거대한 전환의 시기에, 우리가 선택할 수 있는 것은 무엇이고, 우리가 선택하지 말아야 하는 것은 또 무엇일까요. 좀 더 큰 관점을 가지고, 찬찬히 지켜볼 일입니다. (2013.12.29. 탕수육)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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