목록못다한 이야기 (22)
역사책 읽는 집
♪ 역사책 읽는 집 듣기 : 팟빵 ♪ 1-1. 소설책에 견주었을 때, 역사책을 읽는다는 것은 상대적으로 더 많은 수고가 필요한 일인 것 같습니다. (물론 책을 읽는다는 것 그 자체가 이미 상당한 수고를 요하는 일이라는 점을 잊으면 안 되겠죠 ^^) 소설은 대체로 전체를 꿰뚫는 큰 서사가 있기 마련이기에 그 서사만 잘 따라가도 전체 내용을 파악하는 데 큰 문제가 없습니다. 서사의 효율성을 위해 인물을 전형적으로 묘사하거나 사건의 범위를 적절하게 통제하기도 하죠. 하지만 역사책은 그렇지 못합니다. 역사 속의 사건들이란 소설처럼 극적이지도 않고, 인물이 전형적이지도 않으며, 작심하고 설명하기 시작하면 끝도 없이 범위가 커지기도 합니다. 역사책 역시도 무수한 사실관계를 조합해서 하나의 ‘이야기'를 만들어낸다는 ..
♪ 역사책 읽는 집 듣기 : 팟빵 ♪ 프랑스 살람 발레리 줄레조의 의 질문은 이렇다. "어쩌다 아파트가 한국의 주된 주거양식이 되었나?" 프랑스에서는 그렁떵성블 (...) 이라고 부르는 아파트 대단지가 우범지대 취급을 받는다고 하니, 저 질문은 왜 한국인들은 단체로 험한 곳에 몰려사는가 하는 궁금증과도 밀접한 관련이 있다고 하겠다. 연구 과정에서 인터뷰를 많이 했단다. 뭐 그런 걸 묻냐는 반응이 태반이었다고. 어떤이는 좁은 땅에 사람이 이렇게 많으니 당연히 아파트가 필요하다 했다. 또다른 이는 아파트처럼 살기 편한 집이 어디있냐고, 아파트 생기기 전에 어땠는줄 아냐고 되물었다. 저자의 결론은, 땅이 좁아 아파트가 필수라는 말, 아파트야말로 주거양식의 현대성을 체득한 유일한 대안이라는 말이 꼭 맞는 것은 ..
♪ 역사책 읽는 집 듣기 : 팟빵 ♪ 1-1. 세상에서 가장 잔혹한 신은 역사의 여신 클리오라는 말이 있습니다. (아마 엥겔스가 한 말일겁니다. 물론 아닐 수도 있구요;;;) 역사란 본디 거침없이 앞으로만 나아가는 것이기에 그 흐름에서 뒤떨어진 자들은 가차 없이 수레바퀴로 짓밟히기 때문입니다. 거기에는 그 어떤 예외도 있을 수 없고, 그 어떤 이해와 공감도 없습니다. 1-2. ‘흐름에서 뒤떨어진 자’라고는 했지만, 그 말에 ‘시대에 뒤떨어진 사람’이라는 의미만 있지는 않을 겁니다. 역사에 이름을 남기지 못한 자 대부분이 거기에 포함되겠죠. 자기를 대변할 기록을 남기지 못한 자, 기록에 남을 정도로 중요한 일을 하지 못한 자, 그도 아니면 그만한 권력도 없었던 자 등등. 역사가 기억하는 이름이란 극히 일부..
♪ 역사책 읽는 집 듣기 : 팟빵 ♪ 1-1. 존 레이섬이라는 사람이 있습니다. 그 이름은 영 낯설지만, 호주에서 검은 백조를 발견한 사람이라고 하면 아- 싶을 겁니다. 1790년 호주 대륙에서 검은색의 백조를 발견한 사람이 바로 존 레이섬이죠. 백조란 본디 하얀 색이라고 생각하기 마련인데 검은 색의 백조라는게 있다고 하니, 참말로 알다가도 모를 동물의 세계입니다. 그래서 그런가, 영어에서 ‘black swan’은 도저히 일어날 것 같지 않은 일이 실제로 일어났다는 정도의 관용적 의미를 갖고 있기도 합니다. 1-2. ‘black swan’을 우리 말로 번역하면 대충 ‘그런데 그것이 실제로 일어났습니다’ 정도가 될 것 같네요 ㅋㅋㅋ 그러고보면 역사적 사건이라는 게 대체로 다 그런 것 같습니다. 도저히 일어..
♪ 역사책 읽는 집 듣기 : 팟빵 ♪ 1. 분과학문으로서의 ‘역사학’의 위치는 좀 애매한 것 같습니다. 무엇보다 특정한 기술이나 능력에 대한 학문도 아니기 때문에 먹고사는 문제에 당장 도움이 안 된다는 치명적인 단점이 있습니다;;; (좀 극단적으로 말하자면) 가끔은 역사(학)를 독립적인 학문으로 볼 수 있는지 확신이 잘 안 서기도 합니다. 세상 모든 것이 다 각자의 역사를 가지고 있기 때문입니다. 수학은 수학의 역사가 있고, 경제학에는 경제학의 역사가 있죠. 음악에도 음악의 역사가 있고, 미술에도 미술의 역사가 있고... 그러면 그냥 각자의 영역에서 각자의 역사를 공부하면 되는 것 아닐까요. 왜 굳이 ‘역사학’을 별도의 학문으로 독립시켜야 하는 걸까요. 2. 흔히들 ‘역사(학)’라고 하면 과거에 있었던 ..
♪ 역사책 읽는 집 듣기 : 팟빵 ♪ 1. 적군파 이야기, 시작부터가 범상치 않습니다. 늦겨울이라지만 아직 봄을 바라기에는 너무 이른 날이었던 1972년 2월 19일 나가노현 아사마산장에 5명의 괴한들이 들이닥칩니다. 어디서 뭘 하다 왔는지 짐작조차 가지 않는 초췌한 몰골의 괴한들은 관리인의 아내를 인질로 잡고 농성을 시작합니다. 자신들을 ‘연합적군파’라고 밝힌 그들은 1천여명에 달하는 경찰들과 대치한 채 10일간 경찰과 대치합니다. 진압 과정에서 1명의 민간인과 2명의 경찰이 사망했고, 당시 상황의 TV 생중계는 최고 89.7%라는 경이적인 시청률을 기록했습니다. 총기로 무장한 채 경찰력에 맞선 채 산장에서 농성을 벌이는 좌파 조직이라니 21세기가 되고도 10년이 넘게 지난 지금 시점에서 보면 관뚜껑 ..
♪ 역사책 읽는 집 듣기 : 팟빵 ♪ 1-1. 몇 년 전에 '대륙시리즈'라는 것이 인터넷에 꽤 유행했던 적이 있습니다. 외국인인 우리의 눈으로는 좀처럼 이해하기 어려운 중국 관련 이미지들을 모아둔 것입니다. 단순히 재미있는 짤방 모음 정도로 이해할 수도 있지만, 또 어떤 면에서는 중국사회에 대한 노골적인 편견이 녹아있다는 점에서 약간 걱정되는 부분이 있기도 합니다. 1-2. 어쨌거나 저쨌거나 중국어도 전혀 할 줄 모르고 중국에는 가본 적도 없는 저(탕수육)에게, '대륙시리즈'에 얼마만큼의 과장과 편견이 녹아있는지를 논할 능력은 없습니다. 다만 한 가지 확실한 것은, '대륙시리즈'라는 기묘한 이미지들이 대륙의 이미지로 그대로 통용된다는 사실이, 우리가 중국이라는 사회에 대해 얼마나 모르는 것이 많은지를 잘..
♪ 역사책 읽는 집 듣기 : 팟빵 ♪ 1. 역사를 공부하는 소소한 재미 중 하나는, 내가 지금까지 미처 생각하지 못했던 사실들을 알게 되는 것이 아닐까 싶습니다. 아주 몰랐던 사실을 새로 알게 되거나, 그저 그러려니...하고 생각하고 있던 고정관념이 흔들릴 때 느껴지는 묘한 지적 쾌감 같은 것이 있으니까 말입니다. 2-1. 1945년 8월 15일, 한반도에 살던 사람들의 기분은 과연 어땠을까요. 결코 망할 것 같지 않았던 일본 제국주의가 그렇게 한 방에 훅 갈 줄 누가 알았겠습니까. 조선인들은 조선인대로 벅차오르는 해방의 환희에 들떴고, 일본인들은 일본인대로 '씨발 좆됐다' 상황이었겠죠. 네이트와 한겨레 토요판에 연재 중인 윤태호의 '인천상륙작전'이라는 웹툰의 초반부는 그러한 당시의 상황을 생생하게 묘사..
♪ 역사책 읽는 집 듣기 : 팟빵 ♪ 1.2007년에 나온 책이 2014년에도 그 적시성을 잃지 않았을 때 우리는 보통 글쓴이의 통찰력에 감탄하기 마련입니다. 그러나 어떤 경우에는 (감탄은 감탄대로 둔다 하더라도) 이 책이 진작에 용도폐기 되었더라면 더 좋았을텐데, 하는 생각이 들 때도 있습니다. 를 읽을 때의 기분이 그랬습니다. 그 이유인즉슨, 책에서 짚어내고 있는 두 가지 현상이 7년 전이나 지금이나 우리 주변에서 여전히 관찰되고 있기 때문입니다. 그 현상 중 하나는 제목이 말하고 있는대로 한중일 삼국이 겪고 있는 갈등 상황이죠. 역내 무역이다 뭐다 해서 서로 돈다발을 주고 받기는 하지만 등만 돌리면 욕하기에 바쁜 세 나라의 관계는 2014년에도 여전합니다. 또다른 하나는 책에서 사회유동화라고 거창하..
♪ 역사책 읽는 집 듣기 : 팟빵 ♪ 1. 방학특집이었기에 게스트가 책을 선정할 권한을 가졌다는 점을 감안하더라도, 역사책 읽는 집의 독서 리스트에서 이 책은 좀 도드라져 보입니다. 한국어판 출판이야 2012년이지만 저자인 오에 겐자부로가 이 글들을 쓴 게 40여년 전 일이니, 이 책이 지금 우리에게 시의적절할리가 없죠. (오히려 역사적 사료에 가까울 지경입니다. ㅎㅎㅎ) 196, 70년대의 맥락을 잘 알지 못하면 이해하기 어려운 부분도 많은데다가, 오키나와의 역사에 대해 진지하게 다루고 있는 것도 아니라서 엄밀한 의미의 역사책이라고 말하기도 어렵습니다. 그렇다면 왜, 아니 대체 무슨 연유로, 2012년에 이 책이 한국에 번역되어 나왔으며, 2013년의 역사책 읽는 집(과 마구로님)은 이 책을 집어든 것..